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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전우치, 스토리는 지루하고 CG는 평범하며 유머는 빈약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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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영화 '전우치'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로 압도적 '포스'를 보여 준 최동훈 감독의 100억원 짜리 프로젝트. 꽃미남 익살꾼을 표방한 강동원에, 김윤석, 백윤식, 유해진, 임수정, 염정아라면, 넉넉한 자본, 영민한 감독, 뛰어난 배우라는 3박자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문제는 시나리오였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영화 초반, 임금을 상대로 걸쭉한 굿판을 펼치는 과거 속 '전우치'는 충분히 발랄하고, 넘치게 익살스럽다. 우산 속에서 튀어 나온 강동원의 미소를 뒤어 넘는 상큼한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기와 골목을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씬은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파워'를 능가하지 못하며, '형사:Duelist'의 미장센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지지도 못한다. CG로 구현된 요괴는 관객이 따라잡기 곤란할 만큼 과도하게 빠르다. 불가의 '십이지신상'을 빼다 박은 요괴는 기껏 한다는 짓이 과부나 탐할 뿐이고, 그 형상 역시 요괴라기 보다 수호신에 가깝다. 싸움의 당위와 응징의 쾌감이 사라진 액션씬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배경이 현대로 바뀌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전우치와 요괴의 싸움은 지루하고 생뚱맞다. '왜'는 사라지고, '어떻게'만 남았으니, 관객의 감성은 끼어들 틈이 없다. 사랑? 영화가 엔딩 크레딧만을 남겨 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싹 트는 사랑은 동기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복수? 스승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쿨~하게 눈물 한 방울 떨어 뜨리지 않는 전우치가 복수에 목숨을 건다? 요괴가 그토록 원하는 '만파식적' 따위야 또 한 번 쿨~하게 던져주고 떠나면 그만일 터.

요괴 역시 이유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 도대체 왜 요괴들이 딱 '칠판에 손톱 긁히는 소리'만큼의 기능만 발휘하는 '만파식적'을 얻으려 안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남들은 진작에 깨달은 과거를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서인경(임수정)이 느닷없이 과거를 깨닫고 또 다시 3,000일 동안 피리를 불어 제낄까 두려워서?

히어로물, 혹은 괴수물에 익숙한 관객들의 기대 역시 배반하고 만다. 영화 초반, 쥐 요괴와 토끼 요괴는 과거 속에서 호리병에 갇히는 순간, 사라지는 게 옳았다. 어차피 '십이지신'이 요괴라면, 관객은 더 강하고 더 사악한 개나 원숭이, 뱀이나 범 정도를 기다리기 마련인데, 현대 속에서도 '십이지신'중 가장 힘이 약해 보이는 쥐와 토끼만 또 뛰어 다닌다. 나머지 요괴들은 존재 조차 없고, '범'이나 '용'쯤으로 추정되는 화담(김윤석)은 끝까지 '김윤석'의 탈을 벗지 않으니, 정체 조차 가늠할 수 없다.

차라리, 요괴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 서민의 등골을 빼 먹는 사채업자, 민중을 핍박하는 정치인의 탈을 쓴 채,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였다면, 천하의 악동 '전우치'가 유유자적, 낄낄거리며 그런 요괴들을 찾아내 도술로 조롱하고, 응징했더라면, 조금 더 흥미로웠을게다. 예쁘고 친절한 의사나, 부패한 정치인과 연관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보다는 그 편이 훨씬 '요괴'스럽다.      

예술을 하라는 게 아니다. 장르에 어울리지 않게 스토리가 복잡해서도 아니다. 관객이 주인공들에게 감정을 녹여 낼 만한 최소한의 이유라도 던져 줘야 낚일 터인데, '전우치'의 그것은 미끼 빠진 낚시 바늘 마냥, 그저 하릴없이 물결에 흔들릴 뿐이다. 낚이려고 들어간 관객의 마음을 낚지 못하니, 공허하고 지루할 수밖에.  

최동훈의 '전우치'는 류승완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여러모로 닮았다.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배경에, 도술과 공중부양, 인간과 요괴의 싸움, 무술 보다 유머가 특기인 어설픈 신선들 캐릭터 마저 숫자만 줄었을 뿐, 달라진게 없다. '아라한~'으로 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달라진 건 조금 더 정밀해진 CG 뿐이다.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며 스토리까지, 어느 것 하나 '아라한~'에 미치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둥 둥 떠다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구원할 수 없다. 명백히 진보가 아닌 퇴보다. 한국 영화와 감독 최동훈 둘 다에게.  

posted by PD the ripper
2009/12/15 11:42 2009/1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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