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 1 2 3 4 5  ... 13  Next ▶
모든 사랑은 다 등가라고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만큼은 표면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사랑이 찬란한 청춘의 전유물이라도 된 듯 대다수의 영화나 드라마가 20-30대의 달뜬 설렘과 아픈 이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개화된 덕에 기혼자들의 로맨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나마 여전히 파릇한 성적 매력을 갖추고 있을 때야 가능한 얘기다.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다룬 페이크 다큐 <죽어도 좋아>나 김해숙이 딸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경축! 우리사랑> 같은 영화가 '파격'이라는 수사와 함께 어느 정도의 대접은 받을지언정 광범위한 흥행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걸 보면, 여전히 공식적으로 장년층의 사랑은 '늘그막에 주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가 나오고 옆구리살이 늘어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날 나이엔 사랑도 섹스도 물 건너 가는 게 당연한 노릇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를 소개한다는 게 서론이 길었다. 제목부터 통찰적인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 할리우드에서 가장 여성적인, 그래서 어쩌면 가장 현실성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온 낸시 마이어스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메릴 스트립. 실제 나이로는 환갑이 넘었고, 극중 이혼한 전남편으로 나오는 알렉 볼드윈이 52살이니까 극중 나이가 대략 50대 중반 정도로 해두자.  

젊고 섹시한 여성과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지 10년. 제인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돌싱'으로 살고 있지만 옆구리를 파고드는 외로움만큼은 어쩌지 못하던 와중에 '사고'가 일어난다. 하룻밤의 실수로 인해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 불꽃튀는 사랑에 빠져든 것. 운명의 장난도 유분수지, 하필 버젓이 아내가 있는 전남편과 불륜에 빠져버렸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와중에 준수한 건축가 이혼남 아담(스티브 마틴)이 매너좋고도 사뿐하게 들이대주니 늦바람난 양다리 삼각관계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마냥 행복한 비명이라도 지를 상황이라고? 빠져들 때야 좋지만, 사랑이란 게 막상 해보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제목 그대로 모든 사랑은 복잡하다. 통제되지 못한 욕망과 이성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 질투심이 끼어들고,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처를 내거나 받는다. 망할 놈의 외로움이 싫어 시작한 사랑이지만 머리가 깨질만큼 복잡한 사랑의 미로에 빠져 버리면 차라리 외로움이 그립다.

사랑이라면 이골이 났을 제인은 그걸 몰랐을까? 왜 몰랐겠나. 하지만 사랑 앞에선 경험과 나이가 통하지 않는다. 사랑을 한 번 하든 백 번 하든, 10대든 50대든, 사랑 앞에선 누구나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철부지다. 그래서 또 달뜨고, 또 서툴고, 또 상처받기 마련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그렇게 뒤늦게 찾아든 기막한 삼각 관계를 통해  어느 누구도 프로일 수 없는 사랑의 보편적 풍경을 설득력 넘치게 제시한다. 주인공들이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50대 장년층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제인과 제이크의 늦바람이 절로 미소가 감돌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결혼과 사랑의 현실적 함수관계에 대해서도 곱씹을만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광고를 보니 주로 여성 관객들을 홍보의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건 여성 관객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라면 남자들도 배울 게 많다. 3월 11일 개봉. 기혼 커플이나 이혼자, 실연 유경험자에게 강추.

posted by cinemAgora
2010/03/08 19:50 2010/03/08 19:50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7

'아바타'의 최고 흥행 기록에 부쳐

영화 2010/03/04 09:52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말 박스오피스(2010.2.26~28)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 관객     누계 관객     개봉일
==================================================
1        의형제                         520                 458,430      4,265,751      02/04
2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333                 211,261      1,629,578      02/11
3        평행이론                      309                 178,554        621,336      02/18
4        하모니                         331                 149,735      2,738,683      01/28
5        아바타                         209                 129,433    13,081,618      12/17
6        러블리 본즈                  275                 100,954        120,299      02/25
7        포스 카인드                  225                   85,031       101,597       02/25
8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32                 71,990       582,562       02/11
9        클로이                         217                   56,369         70,221      02/25
10      엘라의 모험 2                 93                   22,390         26,524      02/25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마전 만난 서울영상위원회의 황기성 위원장이 대화 도중 이런 얘기를 꺼냈다.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는 영화라는 틀을 썼을 뿐이지, 사실상 거대한 구경거리일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본령은 아닙니다.” 호기롭게 들리는 그의 말을 듣자 하니, 한편으로는 그게 두려움의 역설적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구경거리로 몰려가는 수백 만 명의 관객들을 목도하며, 이 시대의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휩싸이는 건 비단 그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한국에서 개봉한 외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인 740만 명의 관객을 싹쓸이한 데 이어 인류 멸망의 스펙터클을 현란한 CGI로 전시(그렇다! 그건 말 그대로 전시다!)<2012>가 뒤 이어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포획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앞에서 한국영화 산업 안팎에 일종의 가위 눌림 증세가 나타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점은 <아바타>였다. 첨단 3D 기술과 이른바 이모션 퍼포먼스 캡쳐가 선보이는 경이로운 시각 효과에 관객들뿐 아니라 영화 산업 관계자들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줄곧 한국영화만의 전유물이었던 천만 관객 타이틀을 가뿐하게 넘어선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마침내 <괴물>이 보유한 국내 최고 흥행 기록(1,300만 명)까지 경신했다.

언론들은 이 영화를 계기로 3D가 미래 영화의 대세가 될
것인지 전망하느라 분주해졌다. 나도 여러 인터뷰에 불려나가 영화의 미래학자 행세를 해야 했다. 빠지지 않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한국영화가 과연 이 대세에 합류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

당신이 미국인이 아니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올해 몇 편의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부분적으로 3D를 시도할 예정이긴 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영화가 <아바타> 수준의 시각 효과를 구현한다는 것은, 한국 속담을 빌어 말하자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일에 가깝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
아바타>는 영화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할리우드 바깥의 영화인들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화를 거대한 구경거리로 모드 변환시키며,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그 흐름에 동참시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할리우드의 힘이고, 또 그 힘이 각국의 자국영화들을 위축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 과연 어떤 방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것.

한편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시각효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야기 장르 특유의 영화적 특수성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며, 각 지역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담아낸 강력한 내러티브의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구경거리가 아닌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이야기가 여전히 영화의 본령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참신하고도 멋진 이야기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또 고민거리가 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세계적인 공통 현상이겠지만, 독창성 넘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흘러나온 지 오래다.
 
그나마 일본 같은 나라는 대체로 문학이나 만화 등이 이야기의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장르 문학이나 출판 만화의 저변이 탄탄하지 않다는 고질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기댈 곳은 젊은 감독들의 창의력 뿐일까? 어쨌든 그 어느 때보다 최근의 한국영화계는 독창성 있는 원천 스토리와 강력한 내러티브를 개발해 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영화는 갈수록 구경거리가 되어가고,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점점 사면초가다. 그러나 여기서 <아바타>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엄청난 물량이 빚어낸 시각효과의 규모가 전해주는 착시 현상을 걷어내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구경거리로서의 영화와 이야기 장르로서의 영화가 최적의 시너지를 만들어낸 모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적 근대화 모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훌륭한 모험극의 형식으로 담아낸 <아바타>는 이야기의 설계라는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어쩌면 차이는 규모일 뿐이며, 그것이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릇을 위해 음식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음식이 맛있고, 그 음식에 걸맞는 아름다운 그릇이라면, 화답할 관객이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아바타>는 역설적인 방증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동양적 도술의 세계를 재기발랄한 판타지 액션 영화로 버무려 꽤 좋은 반응을 얻은 <전우치>와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휴먼 액션 드라마의 틀에 담아내 또 한번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의형제> 같은 영화가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굳이 한국영화 말고도, 이를테면 <디스트릭트 9>이나 <더 문>과 같은 SF 영화들로부터 배울 점이 아주 많다. 여전히 돈과 물량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관건은 매력적인 이야기와 그 이야기와 조응하는 최적의 구경거리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것일 터이다
.

어쨌든 할리우드의 새로운 변화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국 영화인들에겐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0년 한국영화가 어떻게 응전할지 주목된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3/04 09:52 2010/03/04 09:52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6

*스포일러라고 불만을 토로할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뒤늦게 영화 <하모니>를 봤다. 왠만한 기대작은 시사회에서 보거나 놓쳤다면 개봉 첫주말에는 챙겨 보는 게 습관인데, 이 영화만큼은 왠지 끌리지 않았다. 뻔하디 뻔한 최루성 신파 모성 멜로일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데 먼저 본 지인들의 반응이 썩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흥행도 꽤 괜찮아서 내가 편견을 가진 건가 싶어져 늦게나마 확인차 티켓을 샀던 것이다.

막상 보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신파 멜로의 공식 그대로다. 초반 10분 정도의 정보로도 누가 어떻게 될 것인지 훤히 보인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까지 꿰맞춘 듯 기성품이다. 자신의 정체가 또 한편의 눈물 서비스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영화는, 영악하게도 모성을 격리해 놓고 울리고 또 울린다.

하도 울려대니 약간 어설픈 공연 시퀀스와 동기가 빈약한 비약, 죄수복으로까지 주조연을 가리는 천박함, 애써 캐스팅한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을 홀대하고 립싱크로까지 주연을 접대하는 얄팍함마저 슬쩍 가려질 정도다.

영화의 밑천이 훤히 드러나 보여 몸이 꼬일 무렵, 희한하게도 생각의 물꼬가 약간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교도소일까. 앞서 말한대로, 그것은 모성을 격리해 애틋함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 장치인 건 분명해 보이지만, 왠지 거기에 뭔가 모를 의미심장함이 곁들여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모니>가 대중과 통하는 접점은, 교도소에 갇혀 있는 모성이 결코 특수한 풍경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우리 시대의 현실적 모성은 철저하게 자식의 장래에 헌정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모성의 본질로부터 격리돼 있다.

끌어 안고 품어주는 바다는, 조바심 내고 내 자식 말고는 모든 타인을 배타시하는 협소한 개천으로 전락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모성이 아니다. 시스템에 굴복한 모성. 하자 있는 모성. 죄 짓는 모성. 기피되는 모성. 그리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교도소에 유배된 모성.

<하모니>는 정확하게 그 처연한 모성의 현주소를 진짜 밑천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밑천은 원신연의 <세븐데이즈>와 봉준호의 <마더>가 드러내보였던 광기적 모성과 맥락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모니>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잔인하게도 모성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버린다. 사형을 선고하는 게 아니라 집행한다는게 중요하다. 모성은 이미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합창단을 이끌어오던 음대 교수 출신 사형수 나문희가 터벅 터벅 사형장으로 향하는 길에 남아 있는 죄수들, 그러니까 유배된 모성은 그를 향해 마지막 노래를 헌사한다. 나문희는 그들을 슬쩍 보며 그 의미를 구분하기 어려운 미소를 짓는다. 나는 거기서 '희망'이란 편리한 수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무기력, 유폐 상태에서 결코 헤어나올 수 있는 이 시대 어머니성의 헛헛한 자포자기로 보였던 것이다.

나문희, 그 어머니들의 어머니는 그렇게 형장으로 일말의 주저 없이 걸어가며 위대할 뻔한 모성의 죽음을 덤덤하게 최종 확인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결말이란 말인가. 그 때문에 <하모니>는, 적지 않은 영화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꽤 여운이 짙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2/22 09:42 2010/02/22 09:42
TAG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말 박스오피스(2010.2.12~1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관객      누계관객        개봉일
=====================================================================================
1       의형제                        629         726,116      2,086,293       02/04
2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419         442,573        531,307       02/11
3       하모니                        421         298,985      1,852,806       01/28
4       아바타                        327         285,551     12,371,248       12/17
5       공자 춘추전국시대             280         146,518        170,124       02/11
6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308         121,351        141,363       02/11
7       울프맨                        311         105,803        127,887       02/11
8       발렌타인 데이                 237          68,097         81,167       02/11
9       원피스 극장판: 스트롱 월드     80          27,496         35,892       02/11
10      식객: 김치전쟁                100          10,988        434,112       01/28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같은 영화를 보고 있자면, ‘상상력이란 게 사실 별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스 신화의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슬쩍 현대로 가져와 청소년 모험 판타지로 탈바꿈 시킨 이 영화가 대단히 참신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오락영화로 대접받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이것도 좋게 말해 대범함이 아닌가 싶다. 국내 어떤 감독이 그리스 신화를 빌어와 영화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시라. 십중팔구 실소를 자아낼 터이다. 삐딱하게 본다면 뻔뻔함이다. 서구 문명의 발상인 그리스 문화와 현대의 미 대륙을 동일시하는 뻔뻔함은, 결국 (자신들이 현대의 그리스라고 믿고 싶어하는) 쟤들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뻔뻔함은,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올림푸스로 통하는 길목이 있다고 우기는 걸 뛰어 넘어 원래 제우스의 아들인 페르세우스(영화에서는 퍼시 잭슨)를 포세이돈의 아들로 둔갑시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을 이렇게 바꿔 부르면 어떨까. <퍼시 잭슨과 신화 도둑>.

모든 상상력은 현실에 존재하는 재료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니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의 설정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판타지 영화의 새 차원을 열었다고 호들갑 떨 수준도 못된다. 아무튼 나는 이 판타지가 귀엽다기보다 여웠다.

선택 받은 자가 운명적 모험에 나선다는 설정(해리포터와 프로도의 운명처럼)부터 유구한 서구 문화적 전통을 되풀이하고 있는 진부함을 과시하지만, 그래도 그리스 문화와 미국, 그리고 현대성의 조합이 흥행적으로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런 영화를 가능케 한 원동력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극장가에서도 좀 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다. 설 연휴를 통과하며 본격 롱런 가도에 들어선 <의형제>의 아성을 넘어설 수준은 못됐다.

한 주 전 새로운 박스오피스 1위로 등극한
<의형제>는 미리 예상한 바 대로 연휴 기간동안 200만 명 고지를 넘어서며 흥행 순항 중이다. <하모니>도 정중동의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3주째 2~3위를 꾸준히 지키면서 벌써 200만 명을 넘보고 있다. 그밖에 설 연휴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바타>는 국내 최고 흥행 타이틀에 바짝 다가섰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2/17 10:24 2010/02/17 10:24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2

'러블리 본즈' 장황한 팬시적 운명론

영화 2010/02/17 10:21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러블리 본즈>를 보고 난 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다. 아직 쉰도 안 된 피터 잭슨이 왜 이러시나? <킹콩> 이후 너무 오랫동안 메가폰을 놓고 살아서인지, 아니면 벌만큼 벌어 놓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꽤 기대를 갖고 봤던 그의 신작에서 일말의 느슨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마디로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14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판타지 멜로이자 미스터리적 가족 휴먼드라마, <러블리 본즈>는 죽음과 운명, 상처 등 꽤 진중한 주제를 펼쳐 보이고는 있지만, 딱 주인공 나이대의 눈높이, 그러니까 하이틴적 감수성의 토대 위에서 이야기를 펼쳐 낸다. 그래서 한편으로 닭살이 돋고, 또 한편으로는 총천연색 칼라풀 저승의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하품이 난다. 예쁜 것도 너무 오래 보면 지루한 법인데 참 길게도 보여주니 나중에는 두통까지 얻었다.

원작을 읽지 않아 이것이 원작의 한계인지 피터 잭슨의 한계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원작이 1천 400만 부나 판매된 베스트셀러라니 각색 과정의 문제가 아닐까 유추할 뿐이지만, 그마저도 섣부른 판단이다. 어쨌거나 <러블리 본즈>의 서사는 한마디로 '키스 못하고 죽어 한 맺힌 소녀 귀신의 한풀이 이야기' 혹은 '피터 잭슨 판 동양 사상 입문'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미스터리와 가족 휴먼 드라마를 줏대 없이 오가는, 그리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만 영화는, 긴장감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듯 하다가 허무하게 맥을 놓아 버린다. '모든 것은 운명에 맡겨라'라는 말을 이토록 장황하게 할 수 있다니!  

'좋은 생각' 스러운 이야기, 달력 사진 같은 풍경 그림에 쉽게 감동받는 이들을 뺀 나머지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그나마 줄 수 있는 실용적 교훈이 있다면, 이를테면 이거다. 소녀들이여, 낯선 아저씨를 함부로 따라가지 말라! 그리고 키스는 할 수 있을 때 빨리 하라! 2월 25일 개봉.

posted by cinemAgora
2010/02/17 10:21 2010/02/17 10:21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1

'울프맨'을 읽는 몇 가지 키워드

영화 2010/02/17 10:20 Posted by 3M흥업
*스포일러 다량 함유.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기를 권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늑대 인간이라는 캐릭터는 서구 영화에서 뱀파이어만큼이나 자주 인간 본성의 악마성을 상징하는 공포의 아이콘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뱀파이어가 그렇듯, 그 함의는 시대마다 조금씩 변주돼 왔는데, 조 존스톤이 연출한 <울프맨>은 전통의 캐릭터 늑대 인간을 19세기 런던으로 데려가 또 한번 참혹한 살육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베네치오 델 토로와 안소니 홉킨스의 아우라가 조 존스톤의 모험영화적 연출 호흡과 맞물리면서 음산하면서도 즐길만한 오락영화로 재탄생했다. 단순한 팝콘 무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꽤 흥미로운 해석의 결이 얹어져 있었다. 몇가지 키워드로 영화 <울프맨>을 재구성해 본다. 물론 <울프맨>이 별로였던 분들에겐 꿈보다 해몽으로 들릴 터이니 시간 낭비 하지 마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보름달

추석이나 대보름이 되면, 많은 이들이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더 풍성한 수확을 기원한다. 동양문화권에서 보름달이 풍요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달의 변화에 따른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짓던 농경 사회의 풍습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늑대 인간은 보름달이 뜰 때만 나타나는 것일까. 서양 문화권에서는 보름달이 동양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두 가지 정도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첫째, 농경 사회에서 늑대는 가축을 공격하는 골칫거리였다는 점, 둘째, 보름달이 뜰 때 인간의 성적 욕망이 가장 강해진다고 믿었다는 점. '미치광이'라는 뜻의 Lunatic의 어원이 달을 뜻하는 Luna라는 점은 보름달을 불길한 것으로 바라보는 서구 문화권의 단면을 짐작하게 만든다.

어쨌든, 그리하여 늑대 인간이 보름달만 뜨면 나타나는 이유는, 농경 사회적 공포와 기독교적 경건성에 반하는 성적 일탈 욕망을 억누르려는 윤리적 필요가 교묘하게 합쳐진 중세적 상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근대 사회의 기피 요소 두 가지를 합쳐 놓은 아이콘이 늑대 인간인 셈이다. 그러니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고. 그럭저럭 일리 있는 설이다.

영화 <울프맨>에서도 여지 없이 늑대 인간은 보름달만 뜨면 미치광이(lunatic)가 돼 날뛴다. 평소에는 멀쩡한 신사였던 주인공 로렌스 탤봇(베네치오 델토로)은 마치 저주처럼 떠오르는 보름달의 세례에 순식간에 늑대 인간으로 변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육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알려져 있다시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뒤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이를 어머니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유아기적 욕망의 일환으로 풀이했는데, 여기서 아버지는 그런 욕망의 걸림돌이자 배척의 대상이 된다.

영화 <울프맨>의 서사는 거의 정확하게 오이디푸스의 비운을 재연한다. 먼저 늑대인간이 된 아버지 존 탤봇(안소니 홉킨스)에게 물려 저주를 대물림하게 된 로렌스는, 죽은 동생의 약혼녀 그웬(에밀리 블런트)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제거하는 데 나선다. 존은 그웬이 자신이 죽인 아내와 닮았다고 말하는데, 그로 인해 <울프맨>의 주요 서사는 어머니를 사이에 둔 아들과 아버지의 투쟁임을 고백하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의 이런 오이디푸스적인 서사를 반드시 정신분석학적 틀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구 문화권에서 '부친 살해' 모티브는 이미 전통으로 불릴 정도로 광범위한 것이고, 영화 속에서도 로렌스의 부친 살해는 부조리한 가부장을 제거함으로써 저주의 대물림을 끊어 버리는,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행위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과학 vs. 미신

<울프맨>이 배경으로 삼은 19세기 말의 런던은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이른바 근대성이 종교적 믿음과 신비주의로 대표되는 봉건적 가치를 압도하기 시작했지만 두 가지 요소가 교차하거나 공존하는 시공간이기도 하다. 늑대 인간 로렌스가 전근대성의 상징이라면, 그를 뒤쫓는 형사 프란시스(휴고 위빙)나 로렌스를 망상증 환자로 몰아붙이며 고문에 가까운 자극 치료를 시도하는 의사는 과학의 위용을 믿는 근대성의 상징인 셈이다.

영화는 늑대 인간과 형사 프란시스의 추격전을 통해 이 두 가치가 충돌하는 시대상을 드라마틱하게 재연하는데, 흥미롭게도 봉건적 가치의 적이었던 늑대 인간을 통해 과학이 빠질 수 있는 또 다른 도그마를 보여준다. 불가사의한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맹신적 과학이 미신이나 신비주의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낳거나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무위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증오와 분노, 사랑과 같은 불가해한 감정이야말로 근대와 전근대를 나누는 잣대로는 재단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가 아닐까. 아무도 해석하고 규정할 수 없는 초월성이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것이므로.

posted by cinemAgora
2010/02/17 10:20 2010/02/17 10:20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20

'의형제', '아바타' 독주를 막아서다

영화 2010/02/10 11:13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말 박스오피스(2010.2.5~7)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 관객         누계 관객        개봉일
=====================================================================================
1       의형제                 619          744,973            894,358        02/04
2       하모니                 413          390,448          1,333,427        01/28
3       아바타                 376          365,712         11,924,260        12/17
4       전우치                 274           80,088          6,035,988        12/23
5       식객: 김치전쟁         334           63,527            396,941        01/28
6       꼬마 니콜라            179           40,132            185,111        01/28
7       주유소 습격사건 2      254           25,777            721,188        01/21
8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162           12,853            107,011        01/28
9       헤이트 발렌타인데이     83            9,533             11,443        02/04
10      아톰의 귀환             95            9,038            392,090        01/13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드디어 바뀌었다. 장장 7주간 이어지던 '아바타' 독주 체제가 끝났다. 주인공은 <의형제>다.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의형제>는 개봉 첫 주말 9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으며 <아바타>를 3위로 끌어내렸다.

'분단'이라는 한국영화의 전통적 소재를 결코 무겁지 않은 휴먼 코미디의 틀로 풀어낸 <의형제>는, 장훈의 탄탄한 연출과 송강호-강동원의 연기조합이 맞물리면서, 일찌감치 설 시즌 최대의 기대작으로 거론돼 왔다. 설 연휴에 한 주 앞서 일단 <아바타>를 밀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박 흥행을 향한 안정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관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설 연휴를 통과하면, 적어도 200만 명 이상은 거뜬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모니>도 2주째 2위 자리를 지키며 롱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성애'라는 검증된 흥행 코드를 통해 설 시즌 특수를 노리고 있는데, 너무 뻔한 눈물 영화라는 평가와 그래도 감동적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무려나, 너무 뻔한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다.  
 
연휴 흥행 격돌이 본격화되는 이번 주말에는 이들 두 작품과 더불어, 새로 가세하는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여전히 저인망식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을 <아바타>의 4강 대결로 압축될 것 같다. <의형제>가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바타>가 과연 최고 흥행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박스오피스가 흥미진진해지는 시즌이다.

베네치오 델토로가 늑대인간으로 분한 또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 <울프맨>도 시선을 끌긴 하지만, 히어로가 아닌 괴물 영화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예매점유율 지수가 썩 좋지 않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2/10 11:13 2010/02/10 11:13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18

'유 윌 미스미' 이별과 만남의 인생론

영화 2010/02/05 11:44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해야 하는 우리 삶의 숙명을 통찰한 말이다.

프랑스 영화 <유 윌 미스 미>는 바로 그런 숙명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상징적이게도, 영화가 이별과 만남의 교차점으로 설정한 곳은 '공항'이라는 공간이다.

암투병을 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은 항암 치료를 포기한 채 두 딸과 사실상의 사별하지만 공항내 서점에서 생애 마지막으로 가장 짜릿한 찰나의 로맨스를 경험한다. 이혼한 아내에게 어린 딸을 보내야 하는 출판 편집인은, 왕자님을 기다리다 지쳐 퀘벡으로 떠나기 직전의 한 여성에게 찍혀 엉겁결에 여친을 얻는다. 노회한 정신과 의사는 50년 전 하필 결혼식 전날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진 한 여성과의 재회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탓에 초반부는 좀 정신 없다. 그러나 30분 정도 인내심을 품고 견디면, 떠남과 만남의 사연들이 꽃을 피우는 과정을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게 된다.

<유 윌 미스미>는 결국 낙관적인 드라마다. 헤어지는 아픔의 이면에 새로운 만남의 희열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세상의 모든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격려 편지와도 같다. 혹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의 순리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상투성과 프랑스 영화 특유의 성찰이 적당히 버무려져 너무 닭살 돋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암투병중인 중년 여성으로 분한 캐롤 부케(아래 사진 오른쪽)의 묵직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2월 11일 개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cinemAgora
2010/02/05 11:44 2010/02/05 11:44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15

천만 돌파 '아바타' , '괴물'도 넘본다

영화 2010/01/26 08:57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말 박스오피스 (1.22~2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 관객        누계 관객     개봉일
============================================================================
1       아바타               526         633,881       10,286,114      12/17
2       주유소 습격사건 2    374         303,731          375,922      01/21
3       전우치               376         296,978        5,553,467      12/23
4       용서는 없다          302         123,256          976,108      01/07
5       아스트로보이         282          80,795          326,012      01/13
6       파라노말 액티비티    198          77,136          348,966      01/13
7       8인: 최후의 결사단   179          65,605           82,259      01/21
8       500일의 썸머         220          65,458           79,910      01/21
9       공주와 개구리         92          51,261           58,664      01/21
10      셜록 홈즈            123          33,268        2,164,209      12/23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아바타> 얘기도 이젠 지겹다. 벌써 6주째다. 하지만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데 얘기 안하고 넘어갈 도리가 없다. 다 아시겠지만, 드디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에서 개봉한 외화 가운데는 사상 최초다. <해운대>에 이어 통산 여섯 번째다.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세는 비단 국내에서만의 상황이 아니다. 조만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작 <타이타닉>이 보유한 전세계 최고 흥행 기록(18억 4200만 달러)까지 갈아치울 기세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자신이 경신하게 생겼으니, 제임스 카메론을 가히 영화판의 '장미란'이라 할만하다. 어쨌든 12년전 호기롭게도 "나는 왕이다!"라고 외쳤던 그는 다음 오스카 시상대에 나와 "나는 영화의 신이다!"라고 자뻑 수위를 업그레이드할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일리 있는 자뻑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관심의 수순은 자연스럽게, <아바타>의 흥행세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쏠리는 게 지당하다. 일단 첫번째 관심사는 국내 최고 흥행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냐다. 만약 <아바타>가 <괴물>이 보유한 1천 300만 관객 동원 기록을 깨게 된다면, <쉬리> 이후 장장 11년동안 한국영화가 독점해온 최고 흥행 기록 타이틀을 외화에 넘겨주게 되는 셈이다.

섣부르지만 지금 추세로 봐선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설 연휴 시즌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아직 2~3주 정도 여유가 있는데다, 2D에서 3D로 업그레이드 관람을 하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장기 독주로 인해 흥행세가 한풀 꺾이는 시점으로 접어들었더라도, 설 연휴를 통과하면서 3백만 관객을 추가하는 게 아주 어려워 보이지는 않다. 하여, cinemAgora는 <아바타>가 국내 최고 흥행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

<아바타>는 이제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상징해온 기념비에 도전하고 있다. 도전이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 국내 영화인들이 얻게 될 정서적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한국영화 10년 전성기의 종영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려나, 발전은 도전과 응전의 상호작용 속에서 추출되는 것이니 한국영화로선 나쁠 게 없는 자극이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1/26 08:57 2010/01/26 08:57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바타>의 무주공산 속에서, 극장가 국면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 한국영화가 나타났다. 2월 4일 개봉하는 <의형제>다. 설 연휴에 한 주 앞서 개봉하는 이 영화가 <아바타>의 장기 독주를 끝낼 차기 대항마가 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확신하냐고?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식상한 표현을 쓰자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기 때문이다. 흥행 영화가 갖출만한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꽤 묵직한 만족감을 안겨준 장본인은, <영화는 영화다>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는 장훈 감독이다. 이 젊은 재주꾼은 일찍이 봉준호와 최동훈이 그랬듯, 장르적 완성도 안에서, 그러니까 영화를 요리할 줄  알면서도 동시에 할 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잘 아는 감독임에 틀림 없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어쩌면 한국적 휴먼 액션 드라마의 이정표로 남을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그런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

<의형제>는 남한 정보원과 북한 공작원이 대결에서 이해를 통한 화해로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남성 버디 무비다. 줄거리야 포털 찾아보시면 알 일이고, 아무튼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설정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원동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함을 잃지 않은 '분단'이라는 현실이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것을 판문점 스릴러의 틀을 통해 풀어 냈다면, <의형제>는 생계의 현장에서 풀어낸다.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고, 9년 전 <공동경비구역 JSA>가 이뤄낸 성취를 <의형제>는 그 사이 달라진 시대의 분위기(남북 정상회담과 핵 위기 등)를 배경으로 얹으며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각각 남과 북의 정보당국으로 밀려난 두 남자가, 도망친 동남아 출신 신부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함께 한다는 설정은,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한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영화 초입과 말미에 수미쌍관처럼 펼쳐지는 추격전 장면의 긴장감도 대단할 뿐더러, 잊을만 하면 터뜨려주는 코미디 감각도 적절하다.

집요하지만 빈 구석이 많은 듯 보이는 게 전매 특허인 송강호의 연기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빛을 발하고, 시나리오 고르는 솜씨가 연기력을 압도하는 강동원도 모처럼 제대로 임자를 만나 마음껏 뛰논다. 2월 4일 개봉.

posted by cinemAgora

2010/01/21 08:52 2010/01/21 08:52
TAG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212

◀ Prev 1 2 3 4 5  ... 13  Next ▶

Weekly Popular

textcube textcube get rss

엔터팩토리

태터앤미디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9 에이스투빌딩 4층 등록번호 : 서울아00815 등록일자 : 2009년 3월 24일 발행인 : 정운현 편집인 : 김경찬
Copyright 2009 (C)Enter Factory.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atter & Media. Designed by Qwer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