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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속 유리가면의 진실

방송 2010/07/04 10:48 Posted by 이종범

SBS의 나쁜 남자는 잘 만들어진만큼 아쉬운 드라마이다. 월드컵 때문에 결방이 계속되자 스토리가 끊기면서 월드컵 기간 중 계속 방영한 KBS의 제빵왕 김탁구에게 승기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섬세한 영상미와 흥미로운 스토리,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갈등 관계등 흥행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아쉽게도 제빵왕 김탁구가 아역에서 성인으로 들어갈 때까지 월드컵 방영으로 결방하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 밖에 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확실히 잘 만들어진 월메이드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양파처럼 까고 또 까도 계속 나오는 재미있는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기에 음미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번 주 다시 방영되었던 나쁜 남자의 주제는 "유리 가면"이었다. 유리 가면은 해신그룹의 신여사가 문재인에게 부탁한 예술 작품이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다는 일본 예술가 류선생이 만든 작품인 유리가면은 미술관 오픈을 앞둔 신여사에겐 꼭 필요한 작품 중 하나였다.

신여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문재인은 유리가면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해신그룹 아들인 홍태성과 파양된 아들 심건욱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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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유리가면
 
가면이란 본래 원래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유리는 가면의 소재로 적당하지 않다. 그런데 왜 유리가면을 만들었을까? 유리가면을 써도 자신의 얼굴을 감출 수는 없지만, 유리가면을 만들면 그 사람의 얼굴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지만 유리로 만들면 그 순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유리가면은 나쁜 남자 건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건욱에겐 3가지의 이름이 있다. 친부모가 붙여준 이름 최태성, 입양된 집에서 불러준 이름 홍태성, 그리고 자신이 지은 심건욱. 그는 3가지의 이름으로 살아왔고 그 때마다 새로운 유리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쁜 남자가 된 심건욱은 시시 때때로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춰둔 유리가면을 꺼내들며 복수를 시작한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리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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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이란 속성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긴 하지만, 유리 가면을 만든 이유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유리 가면을 만든 류선생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랑하던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 삼각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죽게 되었고, 류선생은 짝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을 본 따서 유리가면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유리 가면을 통해 사랑하던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비록 그 가면을 통해 바라본 세상 마저 예전의 연인을 바라보게 되긴 했지만...

유리가면은 역지사지와 같다. 나쁜 남자의 재미와 묘미는 바로 유리가면 속에 있다. 나쁜 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을 쓰고 드라마를 바라보면 그는 나쁜 남자가 아닌 매력적인 남자이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빼앗아간 홍태성이 나쁜남자이다. 그리고 홍태성의 유리가면으로 보면 홍태성은 참 불쌍한 남자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았지만, 그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는 오히려 심건욱보다 더 불쌍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바라보면 더 재미있는 나쁜 남자는 유리가면을 통해 새롭게 드라마를 보는 방법을 말해주는 듯 하다.

깨질 수 있는 유리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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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은 언제나 깨질 수 있다는 소재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귀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조금만 잘못 다루어도 영원히 복구할 수 없게 깨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심건욱의 보육원 누나이자 홍태성의 연인이었던 최선영이 그러했다. 최선영은 나쁜 남자 스토리의 핵심 키워드이고, 그녀는 사랑에 의해 깨져버리고만 유리가면이기도 하다.

홍태성은 최선영의 유리가면을 깨뜨려 버렸지만, 나쁜 남자 심건욱은 해신 그룹 사람들 안에 있는 유리가면을 꺼내어 깨뜨려버리려 하고 있다. 모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고, 태라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버렸다. 홍회장도 반쯤 넘어왔고 이제 신여사의 마음만 얻으면 된다. 신여사가 홍태성에게 그가 잡는 것들은 모두 파괴되어 버린다고 했지만, 실은 나쁜 남자 심건욱의 손에 들어간 것은 모든 지 다 파괴되어 버리고 말게 된다.

유리가면은 콩깍지를 의미하는 듯 하다. 꽁깍지는 투명하지만 눈에 두고 보면 사물을 흐릿하게 보이게 하여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즉, 콩깍지가 끼었다는 의미의 사랑을 말하는 것 같다. 나쁜 남자 심건욱은 태라와 모네 안에 있는 사랑을 끄집어 내어 파괴해버리고 마는 남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가슴 떨리게 만드는 그를 아무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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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을 가장 많이 닮은 문재인에게도 자신도 모르게 유리가면을 꺼내 들게 되기에 그 끝은 자신의 파멸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사랑을 이루어 해피앤딩이 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쁜 남자의 스토리를 미리 이야기라도 해주는 듯한 복선같은 유리가면을 살펴보면 나쁜 남자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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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는 3주간 결방으로 인한 공백을 5분 동안의 줄거리를 미리 틀어주고, 다시보기 이벤트를 열고 트위터를 통해 오연수가 홍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 공백을 채우긴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 연예 블로거들 역시 SBS의 드라마를 다루기 꺼려하기도 한다. SBS의 꽉 막힌 소통의 부재가 아까운 드라마를 묻히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이라도 소통의 문을 열고 시청자와 소통하고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를 만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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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이종범 (블로그 / 트위터)

안녕하세요, 엔터팩토리 편집장 이종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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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4 10:48 2010/07/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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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vexciting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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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4 10:55

유쾌, 상쾌, 통쾌!!! 제빵왕 김탁구

방송 2010/07/02 12:07 Posted by 이종범
제빵왕 김탁구가 수목드라마를 평정하였다. 30%가 넘는 시청률은 기본이고, 스토리, 연기, 연출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버렸다. 제빵왕 김탁구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보통은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올 때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된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을 경우, 성인 연기자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 때 아역 배우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드라마가 끝까지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고 윤시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주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준혁 학생으로 인기를 끌던 윤시윤은 신인이라 연기가 어색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한번에 없에주고, 연기파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김탁구의 어린 시절보다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진 매력적인 캐럭터로 성장시킨 윤시윤은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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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는 유쾌하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이 복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한없이 힘없는 자로 그려지고, 역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김탁구를 그려놓고, 후에 복수심에 폭주하는 김탁구를 보여주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던 김탁구는 순수함과 열정이 혼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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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순수한 김탁구는 거친 모습마저 때묻지 않은 야성적인 모습으로 보여진다. 또한 팔봉제과점의 식구들의 발랄함과 코믹한 모습이 김탁구를 보는내내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상쾌한 김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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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는 신인을 과감하게 주연으로 발탁했다. 뮤지컬 배우인 주원은 수려한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보석같은 존재이다. 또한 지붕뚫고 하이킥의 윤시윤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양미순역으로 나오는 이영아나 유진의 연기 또한 기대가 된다.

통쾌한 김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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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엄마 찾아 삼만리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김탁구는 12년간의 길바닥에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제빵에 도전하게 된다. 단순히 자극적인 폭력물이 아닌 그 폭발적인 에너지를 제빵에 쏟는 모습은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엄마가 죽은 줄로 알고 있는 김탁구가 목표를 잃고 허무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팔봉 선생은 빵을 만들어주며 기다리라 말한다. 그리곤 빵을 먹는 것으로 다시 예전의 순수하고 똑뿌러지는 김탁구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갈등의 해소가 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것 같다.

제빵왕이 되는 김탁구의 모습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김탁구는 수목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했다. 또한 시원 시원한 스토리 전개 덕에 이 추세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갈등 장치가 곳곳에 깔려 있는 김탁구는 그 난관들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김탁구를 통해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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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이종범 (블로그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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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2:07 2010/07/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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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vexciting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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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빵왕 김탁구 정말 재미있네요. 35%의 시청률이 나온 김탁구. 아직 안보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유쾌, 상쾌, 통쾌!!! 제빵왕 김탁구 http://enterfactory.net/240

    2010/07/02 12:23

'타이탄' 1등은 했지만

영화 2010/04/09 09:56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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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박스오피스(2010.4.2~4)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주말 관객      누계 관객
-------------------------------------------------------------------------
1      타이탄                    723               929,995      1,079,123
2      육혈포 강도단             342               140,890        909,740
3      그린 존                   301               103,817        492,103
4      셔터 아일랜드             258                89,323        898,762
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24                46,959      2,113,540 
6      폭풍전야                  158                27,542         34,404
7      비밀애                    288                17,986        151,716
8      의형제                    140                13,135      5,442,964
9      아마존의 눈물              59                 9,193         52,859
10     솔로몬 케인               215                 8,288        122,081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지난 주 네이버와 3M흥업에 올린 <타이탄> 프리뷰를 통해 "괜히 돈 쓰지 말고 그냥 2D로 관람하시라"고 말했지만 별로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새삼스럽지만, 대다수 관객들은 평문 따위는 미리 읽지 않는데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기대를 배신하는 정보를 수긍하려 들지도 않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D 소스를 3D로 뻥튀기한 이 영화가 천연덕스럽게 <아바타>가 만들어 놓은 3D 거품에 편승해 관람료를 더 챙기려는 속셈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 3M흥업의 최대 유입 검색어는 '타이탄 3D 상영관'이었다. 그만큼 <타이탄>을 제 2의 <아바타>로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바타>의 샘 워싱턴이 나오는데다, 그리스 신화의 모험 스펙터클이니 자동연상적으로 그런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예상했던대로 이 영화를 3D 상영관에서 본 많은 이들이 네티즌 평점을 통해 저주를 쏟아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영화 자체는 썩 나쁘지 않다고 본 나로선 씁쓸한 풍경이다. 화면의 입체감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자 영화가 갖는 다른 미덕도 한꺼번에 무시 당하는 현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처럼 영화의 형식이 기대를 배신했을 때 영화 자체가 쓰레기가 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퍼포먼스 캡쳐 애니메이션임에도 실사 영화로 착각하게 만든 <베오울프>나 <해리포터> 류의 아동 모험 판타지로 오인한 관객들의 저주 세례를 받은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엔 정확하게 말해 잘못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엇나간 기대를 품게 만든, 그러니까 유통이나 마케팅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말하자면 관객들에게 엉뚱한 기대를 품게 해 구매 행위의 착오를 일으키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나와 맞지 않는 상품을 구매했다가, 반품도 안되는 그 상품이 원래 질이 형편없었다고 폄훼해 버림으로써 엇나간 구매 선택을 정당화하려 들기 일쑤다. 문제는 결국 영화 그 자체가 정당한 평가의 도마 위에 오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장사 논리는 이처럼 영화를 쉽게 모욕한다.

[관련글]
짝퉁 3D '타이탄', 그래도 볼만하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4/09 09:56 2010/04/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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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음악 깨나 듣는 친구들 사이에선 '롹'('록'이라고 표기하는 건 어쩐지 맛이 안나 많은 이들이 발음하는 데로 표기함을 양해바란다.)이 대세일 때가 있었다.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블랙 사바스의 "She's gone'의 가사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부를 줄 알아야 대화에 낄 정도였다. 롹은 젊은 에너지의 상징이었으며, 불온한 일탈을 향한 욕구의 폭발이었고, 시답지 않은 기성 질서에 대한 저항의 코드였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거창한 것이고, 아무튼 70-80년대 젊은이들에게 롹만큼 음악 다운 음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데블스와 신중현, 그리고 산울림으로 그 계보를 이어오던 한국의 롹은 80년대 중후반 ‘시나위’와 ‘들국화’의 잇단 출연으로 한때 전성기를 맞은 듯했지만, 90년대 이후 이른바 주류에서 이탈했다. 그것이 자발적인 이탈인지, 아니면 음악 산업의 논리에 밀린 어쩔 수 없는 탈락이었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롹은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신에서만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야 ‘크라잉 넛’이나 ‘노 브레인’ 등의 롹 스타들이 출연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며 재도약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엿같은 나라에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는 도발적이고도 선언적인 문구로 시작되는 자칭 ‘로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이런 한국적 롹의 지형도 속에서 ‘뭔가’를 위해 꿈틀대는 두 밴드를 중심에 세운다. 한 팀은 폭발적인 라이브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리고 또 한 팀은 감독 백승화 자신이 드러머로 속해 있는 ’타바코 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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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인천 모텔촌 한가운데 뜬금 없이 마련된 라이브 클럽 ‘루비살롱’에서의 인연을 단초로, 감독은 두 밴드의 좌충우돌과 성공 가도의 풍경을 근거리에서 포착한다. 감독이 밴드의 일원이라는 점은, 멤버들의 가장 원초적이고도 솔직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카메라는 무대 뒤에서 혹은 잦은 술자리에서 동료 멤버를 향해 혹은 카메라를 향해 거침 없는 육두문자를 내뱉는 멤버들의 ‘로큰롤’적 삶의 단면을 별 기교도 없이 품는다. 어쩌면 그게 이 거친 호흡의 음악 다큐멘터리가 지닌 최고 미덕일지도 모른다.

자주 술에 취해 있는 이들의 허랑방탕한 대화를 통해, 비록 이들이 굳이 강조하는 바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떤 음악적 진정성을 껴안으려는 이들 뮤지션의 치열함을 엿본다. 그러나 그것이 주류적 의미에서의 열심을 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타바코 쥬스의 보컬 권기욱은 “열심히 안하면 안될 것 같아. 근데 우리는 열심히 안하잖아. 그래서 안될 것 같아”라며 눙치지만, 신들린듯한 이들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열심이란 그냥 음악적 신명의, 롹의 힘에 포획되고 마는 어떤 것이라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롹의 정체이자, 롹커의 진면목이다.

모처럼 롹 밴드들의 활약상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은 공연 장면을 빼곤 음악이 좀더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기술적, 재정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좆나게 아름답다!”고 외치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이 지독히 얄팍한 대중음악의 시대에도 여전히 꿈틀대는 롹스피릿의 건재를 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4월 22일 개봉.

posted by cinemAgora

2010/04/06 09:22 2010/04/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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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3D '타이탄', 그래도 볼만하다

영화 2010/04/02 12:11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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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D가 돈이 된다 싶으니까 여기저기서 쓰리디 쓰리디 해대는 판국이다. 기회는 요때다 싶었는지 원래 3D가 아님에도 3D로 급포장한 경우도 있다. 이번주 개봉하는 <타이탄>이 그런 경우다. 홀로 둥둥 떠다니는 자막의 입체감만 불편할 정도로 도드라질 뿐, 딱히 화면 안에서 입체감을 느낄만한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3D라고 안경 나눠주니 이게 뭔가 싶었다.

알고 보니, 2D 소스를 컴퓨터에 집어 넣고 휘리릭 뚝딱 3D로 컨버팅한 영화란다. (진짜 3D는 <아바타>처럼 촬영 당시부터 3D카메라로 찍어야 한다.)'짝퉁' 3D을 만들어 놓고, 3D 상영관에 걸어서 더 비싼 관람료 받아 챙기겠다는 얄팍한 상술이 딱해 보이는 대목이다.

뭐, 그 점만 빼면 영화 <타이탄>은 그 자체로 꽤 즐길만한 구석이 많은 오락영화다.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연하는 가운데 첨단 CGI에 힙입은 시각적 상상력을 덧입혔는데, 극의 전개나 스펙터클의 긴장감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메두사와의 대결 신이 흥미롭다. 신의 횡포에 맞선 인간의 저항에 무게 중심을 둔 이야기 구조도 나름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적어도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보다 낫다.)

여하튼, 괜히 돈 쓰지 마시고 2D로 관람하시라.

posted by cinemAgora


2010/04/02 12:11 2010/04/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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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 알싸한 두통 유발 영화

분류없음 2010/03/30 09:21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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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존> 같은 영화를 보다 보면, 나는 두통이 생긴다. 폴 그린그래스 특유의, 정신 없이 흔들리는 핸드 헬드 카메라의 움직임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용감한 자기 고발 정신에 그만 뒷덜미가 아득해지는 것이다. 뭐랄까, 알싸한 두통 같은 것? 그러니 그건 고통이되 쾌감이다.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 영화로 역시 맷 데이먼이 나왔던 <시리아나>(2005)나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 등이 있었다.

이라크 전의 정당성을 설파했던 미국 보수 사회로선 이 영화 <그린 존>이 불편한 영화임에 틀림 없다. 미필적으로, 또한 본능적으로 그 전쟁에 애국적 지지를 보냈던 적지 않은 미국인들로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사담 후세인 제거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린 존>은, 말하자면 그 불편한 진실을 극화한 전쟁 스릴러다. 이미 전세계인들이 다 알고 있는 그 진실을, 그리하여 부시 정권에 망신을 안겼지만 뒤따른 일방주의까진 막지 못한 그 진실을, 누군가는 이제 와서 영화로 옮긴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악한 진실일수록 되풀이해 말해야 한다. 이미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은 <블러디 선데이>(2002)로 1972년 북아일랜드 유혈 사태를 일으킨 영국 경찰의 과오를 되짚었던 폴 그린그래스로서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의 논픽션을 원작 삼은 이 소재가 결코 구시대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긴장감 넘치는 핸드 헬드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폴 그린그래스는 이번에는 전작 <본 얼티메이텀>에서 보여줬던 속도감을 유지하되, 전쟁의 상흔이 할퀸 바그다드의 살풍경을 리얼하게 포착해 내는 데 게으르지 않다. 그리하여 관객을 이 현기증나는 전쟁의 한복판, 그 모순의 한 가운데로 거칠게 안내한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전쟁 액션 특유의 둔탁한 쾌감이, 단순히 시청각적 쾌감으로 증발되지 않도록, 앞서 말한 진실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는 과정에서의 분노까지 실어 나르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카메라는 폭격을 맞아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린 바드다드 시내의 풍경과 물을 달라 외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비춘 뒤, 그린 존 안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점령군의 풍경을 대조시키며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물론 <그린 존>은 진실 추구 세력을 미국 CIA 국장과 특수대 장교로 설정함으로써 여전히 미국 안에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는 위안을 선물하는, 일종의 대중영화적 타협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영화의 태도 때문에 흔쾌히 용서가 된다. 이 정도 알싸한 두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posted by cinemAgora

2010/03/30 09:21 2010/03/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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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살인자' 별로 안반가운데?

분류없음 2010/03/30 09:19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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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꽃샘추위는 유난도 하다. 봄이 올듯 올듯 숨어 버린다. 폭설에 황사, 우박까지 가지가지다. 최근의 한국영화들이 꼭 요즘 날씨 같다. 반응들이 흉흉하다. 이미 개봉한 감우성 주연의 <무법자>는 사실상 쪽박을 찼고, 격정 멜로를 표방한 <비밀애>나 <폭풍전야>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다.

지난 화요일에 언론시사를 가진  <반가운 살인자>도, 유감스럽지만 근심 리스트에 올려야 할 판이다. 몇년째 왕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유오성이 모처럼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잔뜩 기대를 품었지만, 막상 공개된 영화는 그런 기대에 꽃샘 바람만큼이나 맵고 차가운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대인사에 나선 감독과 배우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달라"고 당부할 때부터 왠지 불안하긴 했다.

이 영화, 우선 때깔부터 B급이다. 조명이나 촬영 장비에 돈을 쓰지 않은 탓인지 80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놓고 자꾸 한눈을 파는 드라마는, 중구난방 갈팡질팡이다. 유오성과 김동욱, 성지루까지 꽤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모아 놓고, 정작 가장 연기가 빛나는 배우는 유오성의 딸로 나온 심은경이다. 시나리오와 연기, 연출이 제대로 불협화음이다.

<반가운 살인자>의 패착은, 유오성의 동기를 미스터리로 남겨두려다 중심 플롯을 너무 뒤늦게 알려주는 데다, 백수 유오성과 형사 김동욱 간의 관계가 해프닝 이상으로 전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코미디와 휴먼드라마의 중간쯤에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어, 제대로 웃기지도 제대로 울리지도 못한다. 4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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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0 09:19 2010/03/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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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가운 살인자 : 연쇄살인범은 누구일까?

    Tracked from 여울이가 바라보는 영화 세상  삭제

    ▶ 서두 : 편안하게 볼수 있는 한국 코믹영화.. "백수같은 경찰" 김동욱, "경찰같은 백수" 유오성 코믹영화 소재로는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다. 하지만 <육혈포 강도단>에 이어 가볍게 웃음을 선사해줄 한국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유오성도 나와 관람하게된 영화이다. ▶ 내용 :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연쇄 살인범을 쫓는 경찰과 백수 반장에게 매일 구박 받을 짓만하는 사고뭉치 강력계 경찰 정민(김동욱). 연쇄살인범을 검거하기위해 수사하다 눈에 가시..

    2010/04/01 11:52

'인디 에어' 쿨한 삶이 가능할까?

분류없음 2010/03/30 09:18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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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내 것보다 남의 것이 더 예쁘고 커 보인다. 하나의 욕망을 충족시키면 또 다른 욕망이 슬쩍 고개를 든다. 거꾸로 자신만의 견고한 성에 갇혀, 자신의 삶이 정당하고 온전하다고 믿어 버리는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 어떤 가능성도 차단한 채, 말하자면 인생론적 도그마에 빠져, 다른 삶의 방식에 무관심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인디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엄도 그런 인간이다. 기업을 대신해 해고를 통보하는 게 직업인 이 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차라리 비행기 안이 집처럼 편안한 사람이다. 직업이 인생관에도 영향을 미친 탓인지, 그는 어느 한군데 정착하거나 서로에게 의존하는 인간 관계의 굴레를 버거워한다. 지지고 볶는 것은 딱 질색이다. 쿨하게 해고 통보를 하듯, 자신의 삶도 쿨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어느날 여기에 균열이 일어난다. 두 명의 여성의 그의 삶에 문득 끼어들면서부터다. 코넬대 과수석에 빛나는 가방끈을 내팽겨치고 남친 따라 강남 온 낭만파 신참 내기 나탈리, 그리고 출장 때마다 가끔 만나 쿨하게 즐기는 매력녀 알렉스다. 당돌한 나탈리는 마일리지를 모으는 게 인생의 목표인 라이언의 삶의 방식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견고할 줄만 알았던 그의 철옹성에 화살이 박힌다. 그리고 그 화살은 알렉스에 대한 예기치 않은 감정과 뒤섞이며 폭탄이 된다. 성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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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에게 쿨하다는 건 뭘까. 결국 그건 인간 관계가 필연적으로 안겨주는 너저분하고도 무거운 굴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일 것이다. 대신 호텔 VIP 카드와 마일리지에 집착하는 라이언의 삶은 처량맞다. 외면하려 해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근원적 외로움, 관계가 아닌 상태를 즐기는 쿨한 연애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그 외로움 앞에 그도 무력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디에어>가 지지고 볶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간의 끈적한 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끼라고 설파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그 두가지 가능성을 툭 제시하는 가운데, 관객들 스스로 어떤 삶이 더 행복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힘에 있다. 부유하는 쿨한 삶과 정착하는 끈적한 삶, 어느 곳에도 행과 불행이 교차하겠지만 선택은 결국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주노>의 제이슨 라이트먼의 담백한 연출과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김진아 감독의 한국영화 <두번째 사랑>에서 하정우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안나 케드릭 삼각 편대의 연기조합이 일품이다. 음악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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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0 09:18 2010/03/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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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적없이 부유하는 삶 - 인디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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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인간관계의 버거움을 감당하기 싫어하는 나머지, 당연한 권리이지만 적당히 가식적인 정도의 서비스에 집착한다. (그가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집에서는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행동은 어느 정도 공감도 간다. 돈으로 맺어진 관계만큼 깔끔한 관계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는 권리만 존재할 뿐, 사람을 질식시킬 것 같은 어떤 의무감도, 사람을 낙담시키는 헛된 기대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0/03/30 10:29
  2.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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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 에어' 쿨한 삶이 가능할까?> 이 영화의 미덕은 가능성을 툭 제시하는 가운데, 관객들 스스로 어떤 삶이 더 행복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힘에 있다. 부유하는 쿨한 삶과 정착하는 끈적한 삶, 어느 곳에도 행과 불행이 교차하겠지만 선택은 결국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2010/04/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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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에 허점이 보여도,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엉성해도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지난 달에 <하모니>가 그랬다면 이번 달엔 <육혈포 강도단>이 내겐 그런 영화다. 그러고 보니 두 영화의 장르는 180도 다르지만 괜시리 닮은 구석이 많다. 핍박받는 모성의 풍경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무엇보다 두 영화 모두 나문희가 나온다.

<하모니>도 중반 이후 관객을 울리려는 강박적 전개에 눈물과 한숨이 동반 배출됐는데, <육혈포 강도단>도 막상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은행 강도 상황이 본격화하는 중반부터 맥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미워할 수가 없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 그건 영화의 힘이 아니라 현실의 힘 때문이다. 관객들이 공유하는 현실의 궁핍함이 자동연산적으로, 세 할머니의 눈물 겨운 고군분투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육혈포 강도단> 같은 영화를 보고 '저런 상황이 과연 벌어질 수 있겠어?'라며 드라마적 개연성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한참 모자란 평가 방식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냥 그렇게라도 세상을 뒤집어 버리고 싶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 세계에서 가장 무기력한 이들의 억하심정을 가상의 현실을 통해 드러내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가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전제에 수긍하느냐일 것이다.

젊은이들이야 '88만 원 세대'론에 힘입어 관심이라도 얻지, 아파트 경비실에서, 거리의 공영주차장에서, 꼬박 밤을 새우는 중노동에 최저생계비를 겨우 넘기는 임금을 받고도 혹시라도 잘릴까 전전긍긍하는 노년 비정규 노동자들의 척박한 삶은, 사회적 관심사의 범주 안에 좀처럼 포획되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대물림된 가난으로 인해 자식들로부터의 부양 혜택도 기대할 수 없다는 차가운 현실도.

<육혈포 강도단>에 나오는 세 할머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앙증맞은 슈퍼마켓 절도 행각에 힘입어, 기껏 하와이 동반 여행을 꿈꾸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눈물 겹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며 앞으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음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그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찬란한 순간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 꿈마저 강탈해가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다.

이 영화의 진정성은 할머니들의 일탈적 해프닝을 가정해 그같은 현실을 상기시키려는 데서 찾아진다. 다만 극적 상황에 좀더 설득력을 배가했다면 그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됐을 터인데, 세 할머니(아니 누님들!)를 연기한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의 연기를 못쫓아가는 연출력이 아쉽기만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세 중견 배우의 연기에는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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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2:34 2010/03/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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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에듀케이션' 일탈의 교육적 효과

영화 2010/03/21 22:29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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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학교 바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아이들을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학교 울타리와 학원에 가둬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 시스템에서는 점점 협소해지고 있지만 말이다. 가끔 저러다 큰일 낼 것처럼 삐뚤어진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 훨씬 더 잘 나가고 있음을 발견할 때도 있다. 교육은, 이 사회가 '교육'이라고 틀 지어 놓은 제도 바깥에도 존재할 수 있다.

(굳이 번역하면 '어떤 교육' 정도의 제목이 될) 영화 <언 에듀케이션>의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제니는 학교에서 제일 똘똘해 옥스포드 대학 진학을 노리고 있는 17살 소녀지만 학교와 집을 오가는 쳇바퀴 같은 생활이 지겹다. 그녀는 생각한다. 열나게 공부해서 옥스포드에 가고, 그래서 남는 건? 부모님의 희망대로 스펙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것? 게다가 캠브릿지를 나온 영어 선생님도 지루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기껏 저런 미래를 위해 나의 현재를 희생하라고? 제니는 현실이 갑갑하다.

그런 와중에 눈이 번쩍 뜨일 훈남 데이빗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부동산 사업자인 그는 멋진 차를 가진데다 신나게 산다. 입담도 좋고 유머 감각도 짱이다! 다만 나이가 좀 많다는 것 말고는. 부모님도 대충 눈감아주는 분위기 속에서 제니는 데이빗과 시나브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학교에서는 그녀의 위험천만한 연애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지만 그녀는 데이빗과의 결혼까지 꿈꾼다. 뭐 어때? 어차피 옥스포드 가도 목표가 결혼이라면 괜찮은 남자가 나타났을 때 미리 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사랑은 기만과 상통한다는 것을, 제니는 뒤늦게 깨닫는다. 물은 이미 엎질러 졌지만, 그녀의 조금 이른 로맨스는 제니로 하여금 막연한 미래를 더욱 구체적으로 붙잡아 매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그녀의 이 비교육적인 일탈은, 종국엔 그 어떤 스승이나 어른들의 훈계를 뛰어 넘는 강력한 교육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이것이 여성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언 에듀케이션>은 그다지 설득력 있는 성장 드라마로 여겨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960년대 런던이라는 시공간적 배경과 제니의 가정 환경은, 이 원조교제적 상황도 이해 가능의 영역 안에 품고 간다. 더구나 제니가 학교 바깥에서 경험하는 산 교육은, 입시라는 맹목을 향해 아이들을 몰고가는 학교 교육의 맹점을 슬쩍 드러낸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도 곱씹을 여지가 꽤 있다.
 
성숙하게 사랑하는 법, 이것은 도저히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일까.

posted by cinemAgora
2010/03/21 22:29 2010/03/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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